Royal Guard Dream?
다급한 발걸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건물 중 어딘가에는 불이 났는지 매캐한 연기마저 나의 코를 찌른다. 궁전 안쪽 가장 깊은 곳에서 나는 내가 지켜야 할 분, 그리고 시녀장과 함께 숨겨진 문이 열리기를 초조히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전의 국왕이 만들어 놓았다는 비밀통로는 이번에도 그 핏줄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왕실에 살아있는 유일한 핏줄인 공주님은 떨리는 손길로 문을 여는 기계장치를 조작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나는 조용히 말했다.
"진정하십시오, 공주님. 서두르면 일을 더 그르치기 쉽습니다."
"...아, 네. 고마워요."
다행히도 내 충고가 먹혀 들었는지, 공주님은 심호흡을 하고 조금은 안정된 손길로 다시 기계를 조작했다. 갑옷의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리고 어느 시점을 기반으로, 그 발걸음들이 전부 이 방을 향해서 오고 있음을 나는 알아차렸다. 잠시 후, 거칠게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나고, 나는 추적자들이 이곳으로 모두 몰려들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딸깍 하는 소리가 나고, 뒤를 돌아보니 비밀통로가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공주님과 시녀장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살아날 수 있음에 기뻐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상황이 절망적임은 변함이 없다. 이미 문은 계속적인 타격을 받고 붕괴 직전에 이르러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주님과 시녀장이 비밀통로로 들어가더라도 금방 붙잡히고 말 것이다. 짦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결국 나는 마음을 정하고 시녀장에게 말했다.
"시녀장, 공주님을 모시고 탈출하십시오."
"...경은요?"
공주님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힌다. 원래대로라면 왕족과 함부로 눈을 마주치는 것도 엄청난 불경죄에 해당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그런 건 중요하지 않겠지. 나는 천천히 입을 열어 공주님의 물음에 대답했다.
"...저는 이곳에서 적을 막겠습니다."
"...경!"
공주님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내 이름을 외쳤지만, 나는 표정에 변화가 없게 애쓰며 시녀장에게 손짓했다. 시녀장도 약간 고민을 하는 듯 했으나, 이내 공주님의 손을 강하게 잡아끈다.
"공주님, 무례를 용서하시옵소서."
시녀장은 그렇게 말하고 억지로 공주님을 끌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공주님은 계속 나를 돌아보았지만 나는 애써 그모습을 무시했다. 천천히 닫히는 비밀통로를 억지로 힘을 줘서 닫아버리고, 나는 천천히 뒤로 돌았다. 이미 문은 박살나기 일보직전이었고, 밖에서는 욕설과 힘쓰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왔다. 나는 자조적인 웃음을 띄우며, 왼 옆구리에 끼우고 있던 나의 투구를 머리에 썼다. 잠시 시야가 가려졌다가 슬릿 사이로 문을 볼 때쯤 되자 문은 완전히 박살이 났다. 적군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온다. 나는 핼버드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가슴 속의 절망과, 안도와, 그리고 남은 모든 감정를 담아서.
"왕실근위대장의 이름을 걸고, 이 몸이 단 한 조각 남더라도 너희들이 이곳을 지나가지 못하게 하겠다! 오라!"
...라는 내용의 꿈을 꾸었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에요?;
물론 미세한 부분은 조금 틀리지만, 내용은 거의 같습니다.
공주가 제 이름을 불렀는데 뭐라고 불렀는지는 기억 안나서 땡땡처리했습니다만.
여하튼 왕실근위대장(Royal Guard)으로서 공주님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버렸다...는 내용의 꿈인 듯 합니다. 제가 꾼 꿈 치고는 되게 특이한 꿈이에요-_-);;
대부분 싸우는 꿈을 꾸면 저는 꿈 속에서조차 도복이나 도포 비슷한 것을 입고(혹은 평상복)
도를 들고 있는데 이번에는 중장갑에 핼버드를 드는 꿈을 꾸었습니다.
게다가 싸우는 장면까지는 가지도 않았다는 점도 특이합니다. 원래 싸우는 꿈 꾸면
쳐맞아 죽던가 아니면 다 발르던가 둘 중의 하나까지 가는데.
...라지만 이 꿈은 더 이상 갔으면 꼬치가 되서 죽는 꿈이었을테니 진행 안된게 좋았을지도(...)
여하튼 뭔가 되게 중세적인 분위기의 꿈을 꿔서 한 번 적어봤습니다.
여담이지만, 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 꿈은 무의식의 발로라는 말이 있다시피 - 뭔가를(혹은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최근 많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세계관에서 가장 멋진 방법으로 표출된 게 아닐까...하는 근거없는 추정도 덧붙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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