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24에서 퍼옴(...)

겉표지.

혹 내 블로그에 자주 오는 사람이라면, 아리카와 히로의 전작인 '소금의 거리'를 읽고 내가 평했던 것을 기억할려나 모르겠다. '소금의 거리'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소금 운석 같은 것이 떨어지고 나서 사람들이 염화(鹽化)되는 상태의 일본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담담하면서도 심리 묘사와 군대의 생리등을 표현한 부분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나중에 작가가 여자 분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을 정도로 밀리터리적인 부분에서의 고증도 꽤나 철저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작가가 새로이 도서관 전쟁이라는 작품을 썼다는 소리를 듣고 평 같은 것은 일절 읽지 않고 이 소설을 사서 집으로 들고 왔다. 뭐, 대부분 이런 경우의 선택은 빗나간 적이 없었기 때문에-_-);; 생각 외였던 건 하드 커버였다는 것, 그리고 고른 책이 기스가 좀 심했다는 것(OTL) 여하튼 책의 내용과는 크게 관련이 없으니 넘어가자(...)
  이 작품의 시작은 세계관의 구축에서부터 시작된다. 앞에 길게 어째서 지금의 현상까지 이르렀는가에 대한 설명이 나오지만 어디까지나 이 설명은 '이 세계관을 설명'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작중의 세계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세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유일하게 현실의 세계와 어긋나 있는 부분은 미디어 영화법과 도서관법이라는 두가지 법의 존재일 것이다. 미디어 양화법은 모든 발간되는 출판물에 사전 검열을 거쳐서, 그 책들이 그들 조직(미디어 양화 위원회)에서 만들어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모두 몰수할 수 있는 권한을 양화특무기관이라는 조직에게 쥐어주는, 작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참 무서운 법이다.(...) 이에 대항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도서관법으로, 도서관은 자신들의 지식 수집의 권리와 그 지식을 지킬 권리를 주장하며 양화특무기관과 대립하게 된다. 결국 이는 양방 간의 무력 충돌을 일으키게 되며, 양화특무기관은 가끔씩 도서관에 무력으로 쳐들어와 자신들이 원하는 책을 압수하거나 하는 행위를 하고,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전수방위(공격에 대한 방어만 취함)으로 그에 대응한다. 그리고 주인공인 카사하라 이쿠가 도서대의 방위원으로 선발되어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게 된다.
  여기서는 다른 것을 이야기하지 않고, 이 세계관만 가지고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아까 말했다시피 이 소설의 세계관은 현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두 개의 법만 빼놓고 말이다. 하지만 이 두 개의 법으로 인해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책을 마음대로 읽을 수 없게 되고, 자신들이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쓰지 못하게 되며, 세세한 표현 하나도 위원회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부조리함 가운데 있게 된다. 그리고 그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이 도서관. 이 둘의 싸움은 무력으로까지 번져서, 상호 총질도 묵비되는 그런 상황에까지 놓여있다. 내가 이 세계관을 가장 처음 접했을 때 느낀 의문은 '과연 상황이 저렇게까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만약 미디어 양화법이 실제로 존재하고, 그에 대응해서 도서관법이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서로 총질까지 해야할 정도로 상황이 바뀔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다. 물론 이 의문은 쓰잘데기 없는 의문이다. 세계관의 근간을 의심해봐야 그 소설이 거짓말이라는 이야기밖에 될 건 없고, 그렇게 되면 이 소설을 읽는 의미 자체가 없으니까.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보자. 왜, 어째서 작가는 어찌보면 비현실적일 수도 있는 이러한 세계관을 만들었는가? 짧은 고민 끝에 내가 내놓은 답은 이것이었다. "작가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으니까."
  여기서부터는 순수히 내 생각이지만, 아마도 아리카와 히로는 이러한 현실세계와의 '비틀림'을 통해서 그러한 가능성의 부분을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나 싶다. 현실과 같은, 그러나 유일하게 비틀린 부분을 통해서 좀 더 독자들에게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한다면 극단으로 치달은 양화특무기관과 도서관의 싸움도 이해될 수 밖에 없다. 잘못된 법 하나가, 혹은 우리의 잘못된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한 번 보라는 의미가 아닐런지. 그렇게 생각하면 왠지 작품 전체가 작가가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그런 건 아니고. 다만 내 생각에는 그런 부분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것이다-_-)a
  세계관 외의 부분에서는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말 밖에 할 것이 없다. 스토리는 작가의 역량에 맞춰서 잘 풀어나가고 있으며, 캐릭터들의 생동감도 이루 말할 수 없다. 두 번을 읽었지만 딱히 지루함을 느끼지는 못한 걸 보면 확실히 재미는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위에 좀 어렵다면 어려운 이야기를 늘어 놓아서 혹 소설 자체가 어려울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소설 자체는 그냥 술술 넘어가며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니 안심하시길 바란다.(...) 여하튼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 권해보고 싶은 소설이다.

2008/08/14 03:37 2008/08/14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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