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사랑하십니까?"
또 어이없는 질문을. 나는 피식거리며 질문을 한 사람을 쳐다보았다. 허나 이 사람은 정말로 진지한 듯, 내 삐딱한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똑바로 받아쳐 온다. 그 진지함이 너무 우스워 나는 농짓거리를 던져보기로 했다.
"당신은 왜 살아있지?"
"저에겐 이루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나오는 대답. 너무나 곧은 시선. 자신의 삶에 대한 일점 의혹도 찾아 볼 수 없는 흔들림 없는 모습. 하지만 나에게는 세상을 모르는 뜨내기의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헛웃음을 삼키며 다시 물었다.
"그럼 이루고 싶은 것이 사라지면? 그럼 죽을텐가?"
"그건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일단은 거기까지 도달하는 게 목표니까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쥐고 있던 잔을 들어 음미하듯이 반을 비우고 다시 내려 놓았다. 나는 그가 잔을 내려놓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물었다.
"사랑을 해본 적이 있나?"
"...모르겠습니다. 그 때는 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뒤돌아보니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서는군요."
남자는 진지한 얼굴을 더욱 진지하게 만들며 나에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 앞에 놓인 잔을 단번에 비웠다. 목구멍에서부터 올라오는 뜨거운 기운이 나를 감싸며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이 좋아진 틈에, 나는 마지막으로 한가지 질문을 더 던져보기로 했다. 이 질문의 답에 따라서 이 뜨내기의 질문에 답을 할까 말까를 결정하기로 하며.
"사랑에 목숨도 바칠 수 있을 것 같나?"
"...아뇨. 저에게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어째서?"
"이루고 싶은 일을 이루기 전에는 죽을 수 없으니까요. 아무리 깊은 사랑을 하더라도 저에게는 제 꿈이 더 소중할 겁니다. 아니, 소중해야 합니다."
나는 그의 말에 씁쓸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그는 놀랐는지 원래 작지 않은 눈을 더 크게 뜨고 나를 바라 보았다. 나는 그에게 씩 웃어준 뒤 천천히 이 바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뒤에서 그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직 대답 안해주셨습니다!"
"...그런거, 몰라."
나지막히 말했다. 그는 내 대답에 말문이 막힌 듯 조용히 있었다. 나는 잠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을 좀 정리했다. 취기가 적당히 오른 머리는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 좀 더 기분이 좋았던지, 예정에도 없는 말을 밷어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인심쓴다는 생각으로 몇마디 덧붙여주기로 했다.
"바람이 멈춰."
"네?"
"아니, 세상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세상의 모든 색이 빛을 바래고 오로지 한 사람만이 빛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거야. 마치 수십 년 수행한 고승의 뒤에서 흘러나오는 후광처럼, 한 사람만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거지. 뭔가 이상해. 이상한데, 뭐가 이상한지는 알 수가 없어. 눈을 비벼봐도, 머리를 때려봐도, 볼을 꼬집어도, 마치 세상이 원래 그랬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 모습만 눈에 들어오는 거야."
"..."
"그런 상태, 경험해 본 일 있어?"
"...아니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도 전혀 감이 오지 않습니다만."
"언젠가 올거야. 그리고 그때가 되면 아까 내가 한 대답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걸."
나는 그렇게 말하며, 등 뒤로 손을 흔들고 다시금 바의 출구로 향해서 걸어갔다. 뒤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오고 있지만 싸그리 무시하면서, 나는 거리로 나섰다. 어제에 비해서 급격하게 떨어진 밤 온도가 내 몸을 움츠러 들게 하지만, 나는 만면에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까보다는 약간 빠른 템포로, 거리를 걸어간다. 익숙한 거리, 익숙한 골목. 시계를 꺼내서 시간을 확인했다. 12시 5분전. 딱 알맞은 시간이다. 지금부터 걸어가면 일 끝나는 시간에 정확하게 맞출 수 있겠다.
"자, 그럼. 우리 아가씨를 만나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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