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에 왠지 모르게 눈이 떠졌다.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않고 방을 둘러보니 어스름한 방 한 구석에 앉은 인영이 보였다. 익히 잘 아는 모습으로, 처음에는 그저 앉아 있는가 보다 생각했으나 자세히 보니 무언가 기다란 것을 무릎 위에 얹고 입에는 또 뭔가를 물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입에 문 것은 하얀 화선지요, 무릎 위를 차지하고 있는 건 완만한 곡선을 지닌 그의 애도였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다루는 양, 그는 들고 있는 천으로 검을 정성스레 닦고 있었다. 그와 같이 살기 시작한지 2년. 한번도 본 적 없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그를 방해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눈만 움직여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도를 그 집 속에 집어넣었다. 차릉, 가벼운 마찰음과 함께 도는 그 예기를 감추었고, 그는 입에 물고 있던 화선지를 떼어 곱게 접어 내려놓았다. 얕은 한숨을 쉬더니 내 쪽으로 다가온다. 나는 얼른 눈을 감고 자는 척 했다. 그가 내 머리 맡에 앉았다.
"일어났느냐?"
"..."
"자는 척 해봐야 소용 없다. 이미 다 알고 있느니."
나는 감았던 눈을 떠서 그를 바라보았다. 어스름한 공간, 강하지 않은 빛 가운데 나를 내려보고 잇는 그 모습은 왠지 어제까지의 그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보였다. 2년이라는 시간동안 같이 있었음에도 왜이리 낮설게 느껴지는 것일까. 나는 가슴 속에 움트는 불안감을 억제하며 그에게 물었다.
"어디 가시옵니까?"
문득 그의 얼굴에 슬픔이 어린다. 그 표정에, 가슴이 덜컥 내려 앉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서신만 남겨 놓고 가려 했건만, 네가 일찍 일어나서 어쩔 수 없구나."
"...떠나시는 겁니까?"
나는 격한 어조로 물었다. 나의 질문에 더욱 짙은 슬픔이 그의 얼굴에 드리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가 천천히 나에게 말한다.
"원래부터 예정된 일. 2년이라니 생각보다 이 곳에 오래 지체했구나. 이제 떠나야지."
가슴 속의 열을 다스리려 했건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그의 옷깃을 부여잡고 있었다.
"갑자기 왜 떠나신다 하시옵니까! 근간 제가 불편하게 한 일이라고 있사옵니까?! 소인은 이유를 모르겠나이다!"
"...말하지 않았느냐. 원래 예정된 일이었다."
그의 표정은 슬펐지만 또한 굳었다. 이미 마음을 굳힌 자의 얼굴. 그 얼굴에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단지 그의 옷깃을 더욱 세게 부여잡을 뿐이었다. 그런 상태가 얼마나 지속됐을까.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내 머리 위에 얹었다. 그 크고 따스한 느낌에 왠지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났다. 흐르는 눈물을 숨기려 급히 고개를 숙이니 그의 목소리가 내 귀에 울려온다.
"갑작스러워 미안하구나. 허나 나에겐 주어진 사명이 있다. 만약 내가 이 일을 방기한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다. 더 이상은 지체할 수가 없었다."
"...꼭 가셔야 하옵니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반항이었다. 그는 조그마하게 한숨을 쉬더니 머리에 얹은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알고 있지 않느냐. 곧 전쟁이 닥쳐온다. 나는 이제 내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가 그 곳에 있어야만 많은 사람들이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곳이 싫다고 하시지 않았사옵니까! 이 곳이 좋다고, 저랑 계속 함께 하고 싶다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사옵니까!"
잠시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고개를 숙인 나는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지만, 손으로 전해지는 기색은 그도 역시 괴로워 하는 듯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내 머리에서 손을 떼고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법. 때론 하기 싫은 일도 버티고 견뎌내야만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이건 왕후장상부터 일개 농민까지 피할 수 없는 숙명인 것을."
"..."
알고 있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너무나 뼈져리게 느꼈던 것이 아니던가. 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이해해도 가슴은 그에 따라주지 않음에 나는 눈물이 흐름을 어찌할 수 없었다.
"울지마라. 명색이 사내 대장부가 이런 이별에 눈물을 흘려서 쓰겠느냐."
나는 급하게 눈물을 훔쳤다. 떠나가는 사람 앞에서, 마지막 모습을 추하게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곤 방 구석을 가리켰다.
"저기에 너에게 주고 가는 선물이 있다. 가르쳐 준 건 잊지 말고 계속 정진하도록 하여라. 너에게는 재능이 있으니."
그 곳에는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목검이 한 자루 놓여있었다. 그는 그 말을 한 후 삿갓을 쓰고 자그마한 봇짐을 메고 검을 허리에 찼다. 이제 떠나려 하는 것이다.
"아저씨..."
"또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그러니 이제 못 만날 사람처럼 그러지 말자꾸나."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 방은 그리 넓지 않아서, 그가 한 보밖에 걷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방문 앞에 와 있있다. 이렇게 보낼 순 없다는 생각에 나는 강하게 외쳤다.
"구배지례를 받아주십시오!"
"...나는 스승의 자격이 없다."
"하지만 저에게는 분명 스승이십니다! 떠나시기 전에 스승의 예를 올리고 싶습니다!"
예전부터 권했었지만 그는 받아주지 않았었다. 이렇게 떠나가면 언제 볼지도 모르는데, 그와 나 사이에 하나의 끈을 만들어두고 싶은 심정에 나는 피를 토하듯 외쳤다.
"받아주십시오! 안 받아주면 억지로라도 하겠습니다!"
"...알았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그의 마음이 변할세라 잽싸게 아홉 번의 절을 그에게 올렸고, 그는 묵묵히 그런 나를 보고 있었다. 절이 다 끝나자, 그는 조용히 내게 말했다.
"수련은 하루도 빼먹지 말고 하거라. 검의 길은 오묘하고도 깊다. 허나 너에겐 재능이 있으니 게으름만 피지 않는다면 충분히 대성할 수 있을 것이다."
"네, 스승님."
"...그럼 다시 만날 날까지 건강하거라."
그는 그렇게 말하며 방을 나섰다. 나는 쫒지 않았다. 쫓지 않는 것이 그를 위함이요, 또 나를 위함이 되리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눈물이 흐름은 어쩔 수 없었고, 나는 앉은 자세 그대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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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꿈을 꾸었습니다...는 아니고, 갑작스레 떠오른 이미지에 살을 붙여보았습니다. 근데 왠지 누군가가 좋아하는 분위기가 되버린 듯 합니다? 사실 그 쪽의 분위기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슬슬 발동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방학이라고 노는 것보다는 뭔가 만드는 게 낫죠. 그게 어떤 결과를 낳던 간에 말이죠.-_-)/ AJAX도 공부 좀 해서 홈페이지도 좀 만들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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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사진이 캐압박이고만
후보정(이라고 쓰고 합성이라고 읽는다)의 힘(...)
순간 놀랬다 누군가 했네 ㅎㅎ
-_-);;;